
김경성 남북체육교류협회 이사장
대한민국의 대북 정책은 역대 정권의 교체와 정치적 성향에 따라 극심한 기조 변화를 겪어왔다. 노무현 정부 시절 장려되었던 남북 교류는 보수 정권에 이르러 스포츠 교류마저 전면 불허되는 등 들쭉날쭉한 정책 속에서 표류하기 일쑤였다.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사업 역시 명확한 법적 뒷받침 없이 행정 지침과 조례에만 의존해 진행되었기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하루아침에 중단되는 비극을 되풀이해야 했다. 스포츠와 민간 교류야말로 정치적 이해득실을 떠나 지속되어야 할 인류 보편의 가치임에도 불구하고, 늘 정권의 입맛에 휘둘리는 소모품으로 전락했던 것이다.
(사)남북체육교류협회는 북한 국방위원회 산하 4.25체육단과 함께 2006년 평양에서 남북 교류 역사상 최초로 ‘정기 교류전 계약서’를 체결하며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일제강점기 경평축구전의 정신을 이어받은 이 교류전은 통일부의 승인을 받아 현재까지 22차례 명맥을 이어온 유일한 남북 정기 교류전이다. 특히 2013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스포츠는 국제 기준을 준수하라”는 방침에 따라, 우리 협회는 국제 룰(국기 게양, 국가 연주 등)을 철저히 준수하며 정치적 갈등과 무관한 신뢰를 쌓아왔다. 2013년 평양 아시아 역도선수권대회에서의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 2014년 연천에서 열린 제1회 아리스포츠컵 국제유소년축구대회에서의 북한 인공기 정상 게양은 이러한 국제 기준 준수의 모범적인 결실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국제적 기준과 정부 승인에 따른 활동조차 정치적 풍파와 정보기관의 자의적 잣대 앞에서 가혹한 시련을 겪어야 했다. 2014년 연천 대회 당시 북한 인공기 게양을 빌미로 시작된 정보기관의 수사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는 무리수로 이어졌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제청과 기나긴 재판 끝에 대법원 최종 무죄 판결을 받기까지 무려 17년이라는 세월 동안 사법적 탄압과 고통의 시간이 이어졌다. 민간의 순수한 평화 교류가 정권의 성향에 따라 범죄로 둔갑하는 이 기형적인 악순환을 이제는 끊어내야만 한다.
이에 (사)남북체육교류협회는 법무법인 대환 등의 전문적 협조를 바탕으로 스포츠와 평화 교류를 정례화·제도화할 수 있는 법적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국회와 손을 잡았다. 지난해 11월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허영 국회의원 등 다수 의원들의 공동주최로 제1차 정책 토론회를 개최하여 “남북체육교류특례법안”의 발의를 공식화했다. 이어 지난 4월 27일에는 접경지역의 지자체 후보들과 함께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남북 간 스포츠 교류의 단절을 극복하고 원산 갈마지구 등에서의 공동 대회를 재개하기 위한 ‘남북체육교류특례법안’의 조속한 발의와 통과를 강력히 촉구했다.
더 이상 남북 교류가 정치적 논리와 정권의 변화에 따라 표류해서는 안 된다. 스포츠 교류는 한반도 평화의 마중물이자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대화의 통로이다. 지난 17년 동안 가혹한 시련 속에서도 평화의 명맥을 지켜온 (사)남북체유교류협회의 눈물겨운 노력은 이제 제도적 결실로 이어져야 마땅하다. 국회와 정부는 접경지역의 평화와 상생, 그리고 항구적인 남북 관계의 안정을 위해 ‘남북체육교류특례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법과 제도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대한민국은 흔들리지 않는 진정한 평화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