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포츠컵’ 대회를 미국서 개최하는 이유

 

 

 

2018년 11월 2일 인제 스피디움 만찬장.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경기장에서 열렸던 제5회 아리스포츠컵 국제유소년축구대회를 마치고 환송연이 있었다. 남북체육교류협회와 북한 4·25체육단이 다음 대회를 이듬해 원산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다음’은 아직 오지 않았다. 남북체육교류협회는 아리스포츠컵 대회를 미국 도시와 원산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남북체육교류협회가 18년 동안 22회의 축구 교류를 성사하면서 다진 대북 신뢰자산과 최문순 지사가 평창 평화올림픽 어간에 물꼬를 튼 대미 스포츠 공공외교를 결합한 노력이다. 최 지사는 평창올림픽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초청, 스포츠 외교의 씨앗을 파종했다. 올림픽 뒤에는 2019년부터 매년 ‘평창평화포럼’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세계와 호흡했다.

미국 국가조찬기도회(The National Prayer Breakfast) 실행위원인 아트 린즐리 박사도 2019년 평창포럼장을 찾았다. 평창 평화올림픽에서 강한 인상을 받은 린즐리 박사는 2020년 국가조찬기도회에 최 지사를 초청했다. 최 지사는 분과 위원회 기조연설에서 남북한 상황과 평창올림픽의 정신을 소개해 좌중의 호응을 받았다. 50여 개국에서 3000여 명의 지도자들이 참석한 자리였다.

미국 국가조찬기도회는 단순한 기도회가 아니다. 한국전쟁이 끝난 1953년부터 매년 2월 워싱턴에서 열리는 글로벌 이벤트이다. 주제는 평화.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의 역대 현직 대통령들이 기조연설을 해왔다. 그렇게 국가조찬기도회와의 공공외교가 시작됐다. 그러나 2022년 김진태 신임 도지사가 ‘평창평화포럼’을 없애면서 교류가 중단됐다.

남북체육교류협회는 최 지사와 함께 ‘글로벌 평창포럼(GPPF· Global Peace & prosperity)’을 설립, 끊어진 교류의 끈을 다시 잇고 있다. 대북 접촉을 추진하는 한편, 미국에도 손을 내밀었다. GPPF 대표단이 지난 5월 워싱턴을 찾아 린즐리 박사와 북한팀이 참가하는 아리스포츠컵 대회를 플로리다 등지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협의했다.

린즐리 박사는 새출발을 적극 반기며 내년 2월 국가조찬기도회에 GPPG 대표단을 공식 초청했다. 미 국무부와 싱크탱크 미국우선정책연구소(AFPI)를 몸소 안내하며 대회 개최 준비를 도왔다. 리치 로저스 AFPI 부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직접 접촉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아리스포츠컵 대회의 미국 개최는 시기적으로 좋은 아이디어”라고 평가했다. AFPI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 7명의 각료를 배출한 가장 영향력 있는 싱크탱크.

55년 전, 중국은 지금의 북한과 처지가 비슷했다. 동서냉전은 작금의 남북 관계보다 더 심각했다. 우연히 성사된 미중 친선 탁구경기가 ‘미중 대화’와 ‘미중 수교’로 이어졌다. 덩샤오핑은 핑퐁외교를 ‘작은 공을 굴려 큰 공을 움직였다(小球轉動大球)’라고 했다. 축구공은 탁구공보다 크다. 아이들의 발끝에서 시작할 ‘아리스포츠컵’ 미국 대회가 ‘북미 대화’를 연결한다면 ‘북미 수교’와 거대한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아리스포츠컵 대회는 군사적, 정치적 위기 속에서 남북 정부 간 대화의 이음매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정권마다 들쭉날쭉한 대북정책 탓에 남북 간에는 화해와 갈등이 교차해 왔다. 우리끼리 노력으로 이룬 성과는 우리끼리 잔치로 끝났다. 한반도 평화는 워싱턴에서 시작돼야 지속 가능하다. 남북이 함께 노력을 하면서도 미국이 주도하게 하여야 한다. ‘아리스포츠컵’ 대회를 미국 도시에서 개최해야 하는 이유이다.